양평 용문사 템플스테이
생애 처음으로 템플스테이에 다녀왔습니다. 어렸을 적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 아니면 절에 가볼 일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는지 요즘에는 조용한 자연 속에 처박혀서 몇 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곧 죽어도 도시에 살아야 하는 인간이지만, 아무리 도시가 좋아도 때론 자연이 그리운 법인가 봅니다. 그래서 자연도 즐기고 휴식도 할 수 있는 여행을 찾다가 템플스테이를 가게 된 것이죠!
템플스테이 예약방법
템플스테이는 예약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 있습니다. 아래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의 템플스테이를 검색하고, 예약 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내에서 결제까지 가능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후기가 꽤 괜찮았던 용문사를 골랐습니다. 첫 템플스테이인만큼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했어요. 결과는 만족이었어요.
저는 남편과 함께 방문했는데, 남녀 혼숙은 불가하다고 해서 각자 예약을 했습니다. 다행히 옆방을 배정해주셔서 편히 이용했고, 사실 방에 들어간 후에는 개인시간을 갖느라 만날 일도 없더군요 ㅋㅋㅋ
템플스테이 예약홈페이지
템플스테이는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산사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입니다
www.templestay.com
양평 용문사
양평 용문산 관광단지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근처 식당에서 더덕불고기를 먹고 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어올라가면 용문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비가 엄청나게 내려서 '갔더니 우리만 있는 거 아니야?'하고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습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와중에도 용문사를 방문하고 내려오는 방문객들도 꽤 있었고 템플스테이를 하러 온 분들도 족히 15명은 넘게 계시더군요. 용문사가 인기 있는 절이긴 한가 봅니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쉬었습니다. 방은 아늑한 느낌에 가장 좋았던 것은 창밖으로 멋진 자연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비가 와서 비소리와 계곡물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자연 ASMR이 따로 없었어요. 템플스테이 앞뜰도 참 예뻤습니다. ㅁ자로 구성되어 있고 고양이들도 몇 마리 살고 있었는데 이미 방문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더군요.
3시에 체크인을 해서 짐풀고 쉬다가 5시 20분쯤 모여 스님의 에스코트를 따라 절 소개를 듣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수련관 앞뜰에 모여 출발하는데 비가 오니 실내에서 할지, 실외에서 할지 선택할 수 있게 해주셨는데 많은 분들이 돌아다니면서 하는 걸 원하셔서 (물론 저도.) 비가 오지만 야외에서 절 소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련관 앞뜰에서 사찰 건물들이 모인 곳으로 연결되는 다리를 건너 미륵보살에 대한 이야기, 대웅전, 용문사에 있는 문화재, 사찰 예절, 예불 예절에 대해 배웠습니다. 저희를 안내해 주신 스님은 젊은 분이었는데 안내를 꽤 여러번 해보신 것 같은 솜씨로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굉장히 오래된 은행나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이 나무가 어느날 워낙 크고 높다보니까 번개를 한번 맞았다고 해요. 그런데 다 타지는 않고 윗부분만 타서 그 부분만 정리를 하고, 다시는 번개를 맞지 않도록 피뢰침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높에 솟은 피뢰침을 보고 '절에 어울리지 않은 이 흉물스런 구조물은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바로 '아 그랬구나' 싶었습니다.
식사와 예불
절 소개 시간 이후 저녁시간이 있었습니다. 템플스테이에서 많은 분들이 가장 기대하시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식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시 시간제한 식사를 하고 있어 아쉽게 저녁을 스킵했고, 남편만 저녁을 먹었는데 평소 육식을 좋아하는 남편의 입맛에는 그리 맛있지 않았나보더라고요. 하지만 정갈한 나물과 사찰식을 좋아하신다면 분명 좋아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저녁은 건너뛰고 다음 날 아침식사는 먹었는데 생각보다 간이 잘 되어있고 먹음직스러운 다양한 종류의 반찬에 좋았습니다. 다만 아침 6시에 식사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하겠더라구요. 그래도 음식물을 남기지 않아야 하기에 꾸역꾸역 끝까지 먹었습니다. 남김 없이 식사를 소중히 먹는 것도 수행의 일종이니까요. 실제로 식당에는 잔반 처리통이 없습니다. 모든 음식은 먹을 만큼만 퍼서 다 먹고 설거지까지 깨끗이 해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식사시간에는 '묵언'이 원칙입니다.
예불에 대해 설명은 들었지만, 왜이리 졸린지 계속 자고, 쉬느라 예불에는 참여를 못했습니다. 다만 새벽 4시 조금 넘어 시작되는 예불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잠이 깬 저는 예불의 모습이 궁금해 대웅전 주변에 가서 구경했는데요. 안개가 자욱한 새벽에 노란빛이 새어나오는 가운데 목탁소리가 들리니 영화 속 한 장면 같더군요.
저는 휴식형으로 방문을 해서 스님의 절 소개 시간 이후에는 자유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거의 방에서 독서를 하고, 잠을 자며 보냈어요. 개인적으로 8월 한달 동안 빡빡한 스케줄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는데 템플스테이를 통해 피로회복을 제대로 했습니다. (잠이 최고야). 피로도 풀고,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쉬니 너무 좋았어요. 왜 옛날이 사법고시나 중요한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이 절에 들어갔는지 알겠더라고요. 저도 중요한 프로젝트를 해야하거나 혼자 공부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와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도 주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해주고, 자연도 있고, 조용하고, 개인공간도 보장되고.. 요양하기에 딱입니다.
1박 2일의 짧은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찍은 사천왕의 모습. 실제로 보는 것보다 사진이 더 잘 나오는 것을 보니 사천왕들은 사진발을 잘 받는 듯 합니다. 실제로는 좀 무섭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잠시 속세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지내니 몸과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용문사의 산세를 참 아늑하고 좋더라구요. 서울 근교에서 힐링 여행 하고 싶으신 분들. 용문사 템플스테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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